2024년 09월 30일 출간 | ISBN : 1192635256 | 320쪽 | 규격外 | 1판

■ 발간사

발행인 서문

우리 인간에게는 고독과 외로움이 존재하며 혼자 있는 걸 느끼지 못하면서 혼자 있는 것은 절대 고독이라고 하며 혼자 있는 걸 느끼면서 혼자인 것은 외로움이라고 말한 ‘예반’의 말을 떠올려 본다.

흐르는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떠나가는 구름은 다시 만날 수 없으며 꽃은 다시 필날이 있어도 사람은 다시 젊음을 다시 찾을 수 없다 하였다.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데 사람의 마음은 아침 저녁으로 변하는데 본래부터 인간은 상처투성이의 외로운 존재일 수밖에 없고 문학적 영원성과 치유만이 절대 고독과 외로움을 극복하는 해결책이 아닌지 싶다.

24년 9월은 엘리트 문학의 산실인 문학고을에서 격월간지인 ‘종합문예지 청목’이란 타이틀로 출간을 통한 명품 문학지로 제2 도약을 꿈꾸는 자축의 의미 또한 크다고 하겠다. 시론, 수필론, 시낭송론, 디카시론, 인문학 코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싣고 엘리트 문단의 산실로 우뚝 서며 명품 문예지로 거듭나기 위한 출발점에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독자와 작가의 문학적 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가교 역할을 통해 문단 발전의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
문우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사랑과 힘찬 응원 부탁드린다.

─ 문학고을 회장·시인 조현민

〈권두언〉


권두언

김신영

문학을 창작하는 일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특히 시는 자신을 가감없이 드러내기에 충분한 글이다. 이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잘난 체는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 중 가장 하등에 속한다. 가장 쉽게 어떤 장치도 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낸다. 자랑질도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이러저러한 일을 자랑한다. 자랑질은 그나마 자신의 잘난 점, 잘한 점, 좋은 점으로 자랑하니 잘난 체보다는 윗수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이 비유법인데 비유는 문학에서 쓰는 방법중 하나다. 특히 은유법은 고수들이 주로 쓴다. 은유를 쓰는 것은 잘난 척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 방법으로 다른 사물에 의탁하여 숨겨서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는 많은 사고를 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유중 은유를 잘하는 사람은 문학작품을 잘 쓸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드러내기 방법중 가장 고수가 상징이다. 상징은 아무나 쓰지 못한다. 워낙 많은 것을 내포하기에 시적 흐름과 잘 맞아야 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잘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다.
윤동주의 ‘서시’라는 시는 본래 제목이 아니었으나 시의 시작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무언가를 하려는 마음가짐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울린 바 있다. 서시의 상징성은 〈서시〉라는 시의 내용과 더불어 ‘한점 부끄러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만나서 지고하고 순수한 결정체를 지향하는 시구로 유명하다.
특히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무결점의 작품을 추구하기에 이 점은 널리 알려지고 세계적인 명구가 되었다. 설사 작품에서 가장 하수를 표현하였다 하여도 그것을 드러내어 진실을 말하려는 진심이 느껴질 때 독자는 감동하며 열광한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자신을 드러내는 의미를 잘 알아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수필론〉

수필을 쓰는 것에 있어 중요한 몇 가지

정혜령


* 일반적으로 수필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수필에는 다양한 경험과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 기교를 부린 글은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즉 감동을 깍아 먹는 일입니다.
* 가능하면 접속사나 부사는 쓰지 않도록 해야하며 수식을 너무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형용사 자제)
* 아름답게 쓰는 것도 좋으나 글에는 진실함이 있어야 합니다.
* 편하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입니다.
*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글을 표현해야 합니다
* 한 문장에는 가급적이면 한 가지 이야기만 씁니다. (문장을 짧게 해야 가독성이 있습니다.)
* 주어는 가능하면 사람으로 합니다.
* 동사는 수동태 보다는 능동태로 합니다.
〈디카시론〉

디카시의 바람이 분다

염혜원


디카시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시대에 최적화된 문학 형식으로 시대의 요구와 흐름에 부응하는 새로운 문학 장르다.
기성 시인이 디카시를 창작하고 있으며 디카시 공모전에도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열린 황순원 디카시 공모전에는 1,000편이 넘는 작품이 응모되었다.

디카시(Dica-poem)는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줄임말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본인이 찍은 영상(사진)과 함께 5행 이내의 문자로 표현한 시이다. 이는 언어 예술의 범주를 확장하여 사진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2004년 문예창작과 이상옥 교수가 창안했으며, 2016년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새로운 문학 용어로 등재되었다. 이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고, 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도 하나의 시 장르로 가르치고 있다. 또한, 고성 국제디카시 페스티벌이 올해로 제17회를 맞이했으며 이병주 하동 국제문학제 디카시 공모전, 황순원 디카시 공모전, 이형기 디카시 신인문학상 공모전 등 지자체와 문학단체 공모전 신춘문예도 열리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 미디어의 속성을 활용하여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하는 새로운 문학 장르다. 사진과 시의 조화로운 결합을 통해 축약된 예술적 가치를 담아 “예술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매력적인 생활 문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카시는 5행 이내의 짧은 시구를 사진과 함께 담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 시적 문장으로 그 순간의 감흥을 사진과 함께 담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사진에서 시의 절반이 완성되어 있으므로 일반 문자 시처럼 길어질 이유가 없다.

디카시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빛나는 아름다움을 활용하는 예술이다. 햇살, 하늘, 별빛, 나무, 그늘, 향기, 꽃, 공기, 숲길, 바람, 풀 등 이러한 소중한 것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때, 그 순간을 포착해 사진을 찍고 시적 언술로 표현하는 것이다.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게 깊어야 하며, 작고 낮은 자리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말처럼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안에 무한을 쥐고 찰나의 시간 속에서 영원을 보라”

좋은 디카시의 창작 요건은 좋은 영상(사진)의 포착이고 영상과 융합할 수 있는 시적 문장의 조화로 사진을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
문자 시처럼 완벽한 텍스트성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디카시의 문자는 그 자체로서 시가 아니고 문자기호에 불과하기에 영상(사진)과 한 몸이 되었을 때 비로소 디카시가 되는 것이다.
영상과 시의 결합을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울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힘은 거창하거나 화려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디카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즐거워 할 수 있으며 누구나 창작할 수 있고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시운동이다. 해독이 어렵고 난해하고 평론가와 시인들만의 전유물로 독자들과 불통하는 시가 아니고 디카시는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를 지향한다.

디카시는 이제 한국의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일로에 있다.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과 반도체 생산국인 대한민국의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디카시는 K-팝처럼 K-리터러처의 문학 한류를 선도하고, 세계적인 예술 장르로 당당히 자리매김하며, 한국문학의 위상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시낭송론〉

시낭송 배워보기 1편

양경숙


시낭송이란,
시를 완벽하게 외워서 낭랑하게 말하듯이 이야기하듯이 노래하듯이 하는 것을 말한다.

시낭송을 잘하기 위해선 먼저 시인의 시를 쓴 시대적
배경과 사유까지 모두 이해될 때까지 소리 내어 낭독해 보는 것이 먼저다.

시낭송을 하기 위해서 첫째: 복식호흡을 한다.
배꼽 아래에 배에 힘을 주고 〈아, 애, 이, 오, 우〉 입을 크게 벌리고 입 모양을 정확하게 발음하며 크게 말해본다.

둘째: 발음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으면 듣는 사람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들린다.
사투리 발음을 교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아나운서들은 볼펜이나 젓가락을 입에 물고 연습한다고 한다.

그러나 때론 시대적 사투리가 들어가서 더 좋은 시낭송이 되는 경우도 있다.

셋째: 속도 조절이다.
고저장단을 완급하고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너무 느리면 갑갑하고 너무 빠르면 전달이 안된다.

집을 지을 때 기초가 튼튼해야 하듯이 시낭송도 마찬가지다.
기초가 튼튼하면 어떤 시도 잘 낭송할 수 있다.

♧ 발음 연습 문장

1.작년에 온 솥장수는 새 솥장수이고,금년에 온 솥장수는 헌 솥장수이다
2. 상표붙인 저 큰 깡통은 깐 큰깡통인가 안깐 큰 깡통인가.
3. 강남콩옆 빈 콩깍지는 완두콩 깐 빈 콩깍지이고 완두코옆 빈 콩깍지는 강남콩 깐 빈 콩깍지이다.
4. 서울특별시 특허 허가과 허가과장 허 과장
5. 저기 가는 저 상장사가 새 상 상장사냐 헌 상 상장사냐.
6.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긴 기린 그린 그림이고 니가 그린 기린 그림은 안 긴 기린 그림이다.
7.저기 저 말뚝은 말 맬만한 말뚝이냐 말 못 맬만한 말뚝이냐.
8. 저기 계신 저 분이 박 법학박사이시고 여기 계신 이분이 백 법학박사이시다.
9. 들의 콩깍지는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
깐 콩깍지면 어떻고 안 깐 콩깍지면 어떠냐.
깐 콩깍지나 안깐 콩깍지나 콩깍지는 다 콩깍지인데.

처음에는 천천히 정확하게 읽어 보다가 완전 빠르게 읽어보는 연습을 하면 된다.



〈인문학 산책〉

플라톤. 그리고 2024 _ 〈시인 poet〉

이지선


우리는 모두 시인이다. 시인이라는 직업은 꽤 오래된 직업이다.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만들어지는 현시대에 시인이라는 직업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시인으로 고대 그리스의 〈일리아드〉 〈오디세이〉의 호메로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한다. 호메로스는 대표적 음유시인으로 떠돌아다니며 서사시로 분류되는 이야기를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음유시인을 플라톤은 덕성을 갖춘 인간이 아닌 저급한 인간을 모방하는 자라고 비판했다. 플라톤은 이데아계와 현상계를 구분한 형이상학적 이론을 제시한다. 이데아idea는 모든 사물의 근본이며 초월 세계超越世界이며 오직 이성으로만 인식될 수 있는 관념의 세계이다. 모든 사물의 원형이 되는 곳으로 변형되거나 사라지지 않는 근본적 세계를 이데아로 명시하며 이와 반대의 세계인 현상계를 제시한다. 현상계는 이데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이며 감각 세계感覺世界를 뜻한다. 현상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이며 감각에 의해 지각된다. 플라톤에 따르면 현상계의 모든 사물은 형상을 본뜬 그림자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원론적 이론을 바탕으로 음유시인이란 현상계에 존재하는 가변하는 것들을 모방하여 시로 이야기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허구의 허구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플라톤의 이러한 이론에 따르면 예술은 이데아를 반영한 현상계의 모방이기에 음유시인은 비이성적인 것들에 지배되어 타락하게 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의 음유시인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전파하고 소통하였다. 시의 정서와 상황은 이야기들을 쉽고 공감할 수 있게 나타낼 수 있는 요소들로 암송되며 더욱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현시대를 함께 나누었다. 2016년 밥 딜런은 노래 가사의 문학성을 인정받아 노벨 문학상을 타게 되었고 이를 두고 현대적 음유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이렇게 시인이라는 단어는 직업을 뛰어넘어 의사소통이라는 문학적, 예술적 상징이 존재한다.
시인이 속한 사회와 현상을 언어로 표현하여 존재하게 하였으며 시대의 니즈에 맞는 형식을 변화시키며 사람들과의 문학적 의사소통을 이루고 있다. 시의 형식들의 변화와 주제들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관통한다. 그러기에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idea의 근본적 세계를 언어적 요소로 표현하여 현상계와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시인은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시인의 상징성과 정체성은 오랜 시간을 두고 만들어진 화석처럼 역사와 문화,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이야기를 언어로 단단히 드러내고 있다. 사람들과 사람들에 대한 소통의 언어는 곧 시인의 정체성이다. 고대부터 전해진 언어의 소통을 이어온 시인이라는 직업은 꽤 낭만적이며 시대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미시적, 더 나아가 거시적 관점의 기록자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