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에 나를 끼워 맞추지 말고 나를 결혼에 구겨 넣지 마세요. 나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오롯이 ‘나’일 뿐이에요. 그런 '나'를 잊지 말아요. 우리 시대는 공감이 필요한 시대다. 결혼하고 살고 보니 결혼이라는 이 작은 사회에서도 공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모두에게 공감이 부족해 18년이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결혼생활 동안 가장 받고 싶었던 선물이 있다면 바로 ‘공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18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담아내느라 나름 애를 썼다. 사실 치부가 드러난 얘기라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용기를 냈다. 작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적당한 기대도 놓지 않고 있다. 결혼한 후 임신, 출산부터 시작해 양육, 남편, 시댁과의 모든 관계에 있어서 아주 버거웠지만 이 모든 일련의 시간들이 비단 나에게만 있는 일은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이 책을 내면서 그저 나와 같은 분들과 보이지 않는 짐들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고 보듬기 위해 대단치도 않은 내가 대표로 책을 출간했다고 하면 실례가 안 될까 싶다.

저자 : 지연 1974년생. 단국대 졸업. 말재주도 글재주도 없는 사람이 글을 쓰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위로하지 마! … 8 더 이상 착한 며느리가 아니다 … 10 첫 번째, 20대 때 나는 서울 홀릭 … 16 인정받는 직원 … 19 분식집 할 거예요! … 24 네~ 낮참 밤참입니다 … 26 다시 일어나! … 30 어디든 떠나야겠어 … 34 부잣집 코스프레 … 38 인연, 운명 그리고 결혼 … 41 두 번째, 시어머니는 왜 그럴까? 80세 어머니 … 45 어머니의 전화 한 통 … 47 모두가 어머니를 알고 있구나 … 50 한 번의 화해 … 52 다시는 생신상 없다 … 55 서러운 눈물이 왈칵 … 59 어머니의 아무 말 대잔치 … 61 어머니의 착각 … 65 우리 식구 다 됐더라 … 67 쪽팔린 얘기지만 … 69 친구의 시어머니들 … 71 이상한 나라의 명절 … 73 세 번째, 살 수 없는 시간들은 없다 상처로 남은 날의 기억들 1 … 77 상처로 남은 날의 기억들 2 … 79 나는 이렇게 살고 싶었다 … 82 나는 환자다 … 84 고통 … 86 동병상련 … 90 의사의 말. 말. 말 … 93 YOU ARE WHAT YOU EAT … 96 저 아줌마 누구니? … 99 나도 막 먹어버릴까? … 101 걷다 보니 내가 살아있더라 … 104 치유 … 106 그래도 행복할 때가 적잖이 많다 … 108 18년 된 요즘 나는 … 110 부모님 … 113 네 번째, 넌 사춘기니 난 갱년기다 넌 사춘기니 난 갱년기다 … 117 냅do! … 121 19세가 끝인가요? … 124 엄마도 그랬어 … 127 딸에게 기억나는 음식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 130 딸아! 비혼 어때? … 133 모자라게 키우기 … 136 다섯 번째, 알아가야 할 것들이 많은 나이 남편과 나는 … 141 불통 … 144 중년의 웃음은 … 147 나도 나를 잘 몰라 … 149 그런 사람에서 이런 사람으로 … 152 50이 되면 … 154 내일도 여행 … 157 그럼 된 거야! … 161 마지막에 드리는 글 … 163

어린 시절 인정받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스스로 부정해왔던 칭찬이 어색한 나에게서 조금이나마 탈피하는 것 같았다. 그때서야 나를 위로하듯 보상하듯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힘을 기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직장생활은 돈을 버니 행복했다._23

필터링 없이 쏟아냈던 말들을 전부 기억 못 하시나 보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면피의 사유가 되지 않음을 나는 알고 어머니는 모르신다._53

무수리처럼 수발을 잘 들면 좋은 며느리인가보다. 젠장! 18년 동안 내가 그 집 식구였다면 왜 나는 마음이 곪아버렸을까? 나는 백년손님이고 싶다._68

만약에 먼 훗날, 딸이 결혼해서 나와 같은 상황에 지치고 힘들어하면 친정엄마로서 꼭 말해주리라.
“너의 삶이 누군가에 의해 피폐해진다면 제발 그만두길 바란다. 네가 먼저란다. 그 누구도 너를 대신할 수 없어! 제발 멈춰! please stop it.”_72

우리 몸은 로봇이 아닌, 각 부분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떼어 낼 수 없는 유기체이다. 다시 말해 머리가 아프다고 머리만 떼어내어 고칠 수 없단 얘기다. 머리가 왜 아픈지 가장 기본적인 위장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_98

옳은 방법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외면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내 안의 상처가 크다면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집중해본다. 나를 바라본다. 그것이 치유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나를 본다. 하늘을 본다. 바다를 본다. 숲을 바라본다._107

여행은 내가 살아있는 걸 느끼게 해주고 살고자 하는 희망을 주는 유일무이한 것이다. 나무, 숲, 바다, 하늘, 이 모든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내 옆에 딸이 있고 남편이 있다는 든든함으로 나의 마음을 풍족하게 한다. 가족과 함께 보는 나무, 숲, 바다, 하늘만으로 더 바랄 게 없다._109

남편은 사위라는 이름하에 스트레스 받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나는 며느리라는 족쇄를 찬 후부터 마음의 상처를 왜 달고 사는지 답답해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더 힘들었고 지쳤고 이해 못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나 행복해지고 싶어. 내가 먼저야 이제부터라도!’_111

크고 작은 무수한 남모를 상처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상처로 얼룩진 나를 보듬지 못한 채로 의도되지 않게 어른이 되어버렸다._119

직장인이 회사 가서 직장 상사들한테 시달리듯 주부들이 종일 살림과 육아에 지치듯 아이들도 학교에서 받는 모든 관계에 지치는 것이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주는 우리 아이가 참
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참 운 좋은 날이구나 싶다. 돌아와 줘서._129

나는 나를 사랑할 줄 몰랐다. 아직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방법을 찾기 어렵지만, 그저 내 속도에 맞혀 남의 눈치 안 보는 삶을 살아가려 하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죽기 전까지 욕심을 못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삶에서 하나씩 빼기를 하면서 살고 싶다._153

▶ 그런 사람에서 이런 사람으로 열정이 많았던 20대가 그리울 때도 있다. 아이의 아기 때 모습이 그리운 30대의 내 모습이 스치듯 생각날 때도 있다. 지금 50을 바라보는 나는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았던 그런 사람에서 느리게 가는 이런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처음에는 내 모습이 적응되질 않아 한심한 인간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세월을 흐름에 맡기기로 했다. 마음이 한결 얕아졌다. ▶ 착한 며느리가 되지 않는 5가지 방법 1. 시부모 부탁에 싫으면 ‘NO’ 하기 시어머니가 부탁하거나 요청을 할 때 선약이 있거나 도와드릴 상황이 아니면 ‘NO’라고 당당히 말하자 2. 시댁 일에 솔선수범하지 않기 친정 일은 내가 앞장서고 시댁 일은 남편이 앞장서야 한다. 시부모 생신일 때 남편이 알아서 식당을 예약하자 3. 여행을 부득이하게 함께한다면 무박으로 정하기 반나절 여행은 즐거울 수 있지만 하룻밤 함께 있으면 눈치 보게 되는 불편한 여행이 되니 웬만하면 무박으로 여행하자. 4. 명절에 올인하지 않기 친정보다 먼저 가서 내 할 도리 다 했다면 내 부모님이 기다리시는 친정으로 서둘러 간다. 친정 부모님이 종일 기다린다는 걸 잊지 말자. 5. 시댁 가는 횟수 줄이기 자주 가다 안 가면 욕먹는다. 처음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자. 남편은 알아서 시댁에 잘하니 길러주신 내 부모에게 잘하자. ▶ 주부이자 엄마가 가족에게 당당히 실천해야 하는 4가지 1. 아플 때 눈치 보지 않기 가족들이 밥 없다고 굶어 죽지 않는다. 신나서 배달음식 시키니 아플 땐 눈치 보지 말고 드러눕자. 2. 짜증내기 계속 참다가 폭발하는 게 더 무서운 법, 그때그때 풀어버리자. 화낼 때는 화내고 짜증나면 짜증내자. 3) 주방에서 퇴근하기. 저녁 식사 후 설거지를 끝냈다면 퇴근할 시간이다. 그 이후에 가족들이 알아서 하도록 놔두자. 4) 하고 싶은 취미 갖기. 운동이든 음악이든 못하고 있었던 내 재능을 발휘해보자. 아이 학원비용의 일부로 나만의 취미를 가져보자. 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 중년 뱃살이 안 빠질 때 꼭 해봐야 할 5가지 방법 1. 건강검진 받아보기 갑자기 살이 쪘다면 검진을 받아보자. 살은 곧 독이다. 어디가 고장 나고 있는지 체크해보자. 2. 식단 조절하기 살쪄서 움직이기 싫어졌으니 식단부터 푸르게 푸르게 바꿔보자. 입에 맛있는 음식들을 하나씩 빼보자. 일단 나쁜 탄수화물(빵, 면, 아이스크림, 탄산음료)을 끊어보자. 3. 운동은 필수 관절에 무리 가지 않게 걸어보자. 햇볕을 쬐며 걷는 30분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1시간 이상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4. 차를 멀리하기 요즘은 가까운 곳도 걷는 대신 차를 이용한다. 부득이하게 차를 타야 한다면 차를 멀리 주차해놓고 좀 더 걸어 보자. 5) 최면 걸기. 뱃살에게 말을 걸어보자. 난 예뻐질 거야. 제발 나 좀 놔줘~ 효과가 있다고 한다. ▶ 힘들고 지칠 때 위로하는 4가지 방법 1. 운다. 일단 울자. 지칠 때까지 울자. 속 시원해지면 된 거다. 2.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혼자가 아니다. 혼자 속앓이하지 말자. 얘기하다 보면 해답이 나올 수 있다. 3. 여행 가기. 집으로부터 벗어나자. 되도록 멀리 떠나자. 혼자서도 좋고 친구랑도 좋다. 머리가 맑아질 것이다. 4. 인생 깔보기. 살다 보면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다. 우주에서 보는 우리는 아주 작은 미물에 불과하다. 그러니 인생을 깔보자. ▶ 젊은 여성들이 결혼 하지 않고 사는 5가지 방법 1. 열애는 금물이다 남자친구가 결혼하자 매달린다. 결혼해서 다 해줄 것처럼 사탕발림한다. 속지 말자. 적당히 좋아하며 데이트하고 산다. 2. 돈을 적당히 번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저축하자. 앞으로 빈집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집 걱정은 안 해도 되니 즐기며 살자. 3. 독립 빨리 하기 부모님 그늘에 있다 보면 결혼하라고 재촉한다. 싸우지 말고 빨리 탈출하자. 4. 취미 부자 되기 동호회를 가입하거나 좋아하는 취미를 많이 만들어보자. 옆구리가 시렸던 공허함이 없어질 거다. 5. 여행 자주 하기. 여행을 일상화해라. 나이 들어 병들면 가고 싶어도 못가니, 시간만 되면 여행을 하자. 돈이 부족하다면 커피와 디저트값 아껴서 가도록 하자. ▶ 남편을 남편이라 생각하지 않는 방법 4가지 1. 퇴근하고 오면 옆집 남편이 왔다고 생각하기 가슴이 덜 답답해져 따뜻한 차 한 잔 대접하게 된다. 2. 나이 든 할아버지라 생각하기 말귀를 못 알아듣는 할아버지라 생각하면 좀 짠함이 느껴지면서 안쓰럽기까지 하다. 3. 늦둥이 막내아들이라고 생각하기 TV에 빠져서 불러도 대답 없는 늦둥이라 생각하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4. 1, 2, 3, 모두 소용없다면 남편이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기. 그럼 화가 줄어들고 갑자기 잘해주게 된다. ▶사춘기 아이랑 잘 지내는 5가지 방법 1. 절대 말을 길게 하지 말기. 어차피 아이는 '네, 아니요' 로만 대답한다. 상처받지 말고 말을 섞지 말자. 2. 냅do를 연마한다. 방이 쓰레기장이 되어도 냅두자. 쓰레기장이라도 자기 물건은 잘도 찾는다. 3. 가끔 야식을 시켜준다. 공부하느라 고생한다며 생색을 내보자. 미쳐 날뛴다. 4. 공부하라는 지시어는 금기사항이다. 부모 인생이 아니다. 공부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만 응해준다. 5. 집을 자주 비워준다. 부모 없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질 않는다. 내 아이를 믿자. ▶ 겨울 여행을 즐기는 4가지 방법 1. 가볍게 가기 보따리 싸 들고 다니지 말자. 패딩을 입었다면 속옷과 립스틱이면 된다. 2. 겨울에 가기. 북적이지 않고 줄 서서 기다릴 필요 없다. 춥다면 남해 쪽으로 가면 최고다. 3. 숙박은 호텔로 하기. 예약을 하루 전에 해도 방이 많다. 요즘은 모텔 같은 호텔이 가성비나 가심비가 정말 좋다. 운이 좋을 땐 방을 업그레이드해 준다. 4. 식사는 모두 사 먹기. 포장도 좋다. 점심은 한적한 곳에서 즐기고 금방 어두워지니 포장해서 따뜻한 숙소에서 즐기자. ▶ 출판소감문 고등학생 딸이 학교에서 글짓기로 최우수상을 받아온 이후에 시작된 것 같다. '나도 글을 써야겠다.' 고등학교 축제 때 강당에 올라 전교생 앞에서 내가 지은 시로 낭송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작은 그 시절의 용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 노트북을 켰을 때 내 머릿속은 한마디로 하얀 백지상태였다. 그저 아무 생각이 안 났다. 나는 글을 못 쓰겠구나 싶었는데 그 순간에 그 찰나에 헛헛한 마음이 채워지듯 글이 쓰이기 시작했다. 쓰면서 웃기도 울기도 여러 번,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에 고치고 또 고쳤다. 그리고는 후회했다. 이건 독자들을 농락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글에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다. 출판사에 투고한 날부터 지금까지 마음이 복잡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다. 혹자는 실망할 수도 응원을 보낼 수도 있지만 모두 받아들겠다는 심정으로 출판의 소감을 마무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