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 출간 | ISBN : 1168731321 | 512쪽

아무도 장애인을 혐오한다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애는 글로 쓰기엔 우울하거나 창피한 것, 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할 수 없는 주제”였다. 유색인 그리고/또는 퀴어 활동가 공동체 안에는 거대한 침묵이 공명하고 있었다. 내게는 서로의 만성질환에 대해 숨죽여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나눈 말이라곤 대부분 “엿 같다. 그치?”였다. 우리는 우리가 공동체, 역사, 운동의 일부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서문, 32쪽)

이 글은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 아프고 장애가 있는 우리가 돌봄에 접근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들이다. 우리는 돌봄에 대한 우리의 요구가 경제에, 국가에, 가족에, 버스 정류장을 같이 이용하는 사람에게 골칫거리이자 부담이므로 우리가 최대한 자리를 덜 차지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이 글은 노동계급 유색인 장애인 펨으로서 내가 알고, 살고, 목격한 이야기들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우리 같은 사람들이 엄청난 역경에 맞서 서로를 구해왔고 계속해서 구하고 있는 그 모든 방법을 담고 있다. 이 글은 아프고 장애가 있는 유색인 공동체들이 서로를 위해 만드는 기적에 대한 글이고, 또한 모순과 균열에 대한 글이다. (1장 돌봄망, 65쪽)

불구 감성적 지성은 모든 일이 안 풀릴 거고, 생각보다 오래 걸릴 거고,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는 고장날 거고 보조 교통서비스는 3시간쯤 늦을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놀랄 일도 아님을 아는 것이다. 이는 접근성을 중요시하지 않거나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돈을 들이지 않는 세상에서 고의로 행해지는 일들이다. (2장 불구 감성적 지성, 135쪽)

그러니 당신이 공간들을 접근 가능하게 만들고, 더욱더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일을 할 때, 당신의 행동이 깊고 심오한 사랑의 자리에서 나온 것일 수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우리를, 또는 당신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스스로를 사랑하는 매일의 실천이 그 모든 안전한 방, 접근 가능한 의자, 경사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전자와 후자는 한 쌍이다. 이런 것들이 갖춰질 때 우리는 우리 몸이 제자리에 속해 있음을 보게 된다.
사랑은 비웃음당한다, 이 얼마나 나약하고 비정치적이고 펨 같은 짓이냐고. 사랑은 근육도 아니고 행위 동사도 아니고 생존 전략도 아니라고. 하지만 난 그게 다 헛소리라고 말하겠다. 사랑의 한 형태로서 접근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일은 유색인 장애인 펨이 가진 하나의 무기다. (3장 접근 가능한 공간 만들기는 우리 공동체를 위한 사랑의 행위다, 147~148쪽)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당신이 장애정의를 행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당신은 당신이 그걸 하고 있다는 걸 그냥 알게 될 거야. 왜냐하면 사람들이 늦게 나타날 거고, 누군가 토할 거고, 누군가는 공황발작을 일으킬 거고, 소위 ‘접근 가능한’ 건물의 경사로가 고장나서 제시간에 진행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거거든. 당신은 당신의 기준점을 제때에 충족하지 못할 거고,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우리는 우리를 포함시켜준다고 고마워하진 않을 거야. 우리는 의제를 설정하길 원할 거야. 아프거나 미쳐서 내는 긴 휴가, 사람들 앞에서 정신줄을 놓치기, 직장에서 장루 주머니를 비우고 마약성 진통제인 바이코딘을 먹고 일하기?이런 것들도 우리의 리더십으로 보일 수 있어. 장애정의는 느려. 사회정의에 가장 정통한 비장애인들조차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경악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곧 장애정의야. 많은 주류 비장애인들이 실패라고 여기도록 배워온 게 바로 장애정의의 모습이야. (7장 아포칼립스를 불구화하기, 230쪽)

나는 신스인발리드 공연에 처음 갔을 때 불구문화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맨 앞에 휠체어와 장애인 전동스쿠터 사용자들이 있었고, 수어 통역사들 바로 앞에 농인, 난청인, 수어 사용자들이 줄지어 있었고, 저신장 장애인들, 지팡이 사용자들, 활동보조인과 함께 온 사람들,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 흰색 옷만 입고 있는 사람들, 약을 달고 사는 사람들, 치근덕거리는 사람들, 주변을 온통 에워싼 화학물질들을 견디기 위해 혀 밑에 활성효소를 뿌리는 사람들, 오디오 해설자 옆에 앉은 사람들, 흑인들, 브라운들, 그리고 백인들이 있었고, 누구도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쫓겨나지 않았다. 이 경험은 가장 좋은 방식으로 나를 망쳐놨고, 내 인생을 변화시켰다. 이것이 관객이었다. 나는 이 관객의 일부였다. 브라운이고 아픈 사람으로서. 우리는 다른 무언가로 바뀌지 않았고, 비장애인으로 패싱하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그저 입장이라도 하려고 또는 무대 위 우리 들을 5초라도 보려고 싸우지도 않았다. 도래할 세상이 이미 거기 있었다. (9장 예시적 정치와 급진적으로 접근 가능한 공간, 276쪽)

내가 제일 신뢰하는 이들은 펨들이다. 내가 제일 신뢰하는 이들은 미친 펨들이다.
나는 우리가 살기를 원한다. 살아남길 원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 혼자선 그럴 수 없다. (15장 펨과 자살에 대해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 3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