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24일 출간 | ISBN : 8992941706 | 544쪽 | 규격外 | 1판

머리말 제1부 생애 - 콘스탄티노플 - 테살로니키 - 아테네 - 영국 - 그리스 - 순례자 - 인도 - 베다니아 - 콤보스히니 - 다시 인도로(1963-1966) - 새 예루살렘 수도원 - 아프리카 - 나그네 - 천사들의 집 - 에기나(1989-1990) - 시련 - 레로스 제2부 가르침 - 영적 어머니 가브릴리아 수녀님의 말씀 - 경구 - 서신들 안식 맺음말 지인들의 회고

아브릴리아(가브릴리아 수녀의 세속명)는 모든 것을 그분께 맡기고 순종했다. 하느님 들판의 꽃이 되어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향기를 줄곧 내뿜었으며,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주님의 빛나는 거처로부터 흘러나오는 승리하는 사랑의 메시지를 매일 아침 전해주었다. 낯선 사람으로 인도에 왔지만 떠날 때는 모두를 알았고, 또한 모두가 아브릴리아를 알았다. 그녀는 그렇게 모두의 가슴 속에 ‘그리스의 릴라 선생님’으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이들이 섣불리 접근하지 못했던 곳을 마음과 영혼의 개척자로서 과감히 걸었던 아브릴리아, 그 삶의 커다란 한 단원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가진 것은 없었으나 자발적으로 사랑의 봉사를 하였고, 인간의 사사로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진심을 다해 그 사랑을 지켜냈다. 언제나 길잡이가 되어주신 그분의 도움으로, 아브릴리아는 우리 인간의 고결한 마음씨를 하찮은 세상 속에 침몰시켜 버리는 암초를 피해 갈 수 있었다. (101쪽)

우리는 그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온 생을 다 바쳐 주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누군가를 본다. 누구라도 가브릴리아 수녀님을 만나면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곤 하였다. 마치 수녀님의 온 존재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그분의 빛을 비추는 복된 거울이 된 것처럼 수녀님은 우리에게 온화함과 평화를 주셨고, 우리 각자가 더 나은 사람, 더 맑고 밝은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해주셨다.
그분이 곁에 있을 때 우리에겐 그 어떤 의심도, 문제도, 걱정도 없다. 신비롭게도 이런 것들은 천사들의 집의 문지방을 넘지 못했다. 시간이 멈춘 듯했고, 그런 것들은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그 어떤 방 해나 간섭도 없었다. 오직 “이 땅 위에 하느님과 나” “이곳에 사랑과 나”만 있을 뿐이다. 수녀님은 유리창처럼 투명해져서 당신이 그것을 통해 바라본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신성한 재능을 지니셨다. (146-147쪽)

수녀님의 가르침은 언제나 성서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며 구원을 주는 것이었다. 결코 이론적이거나 설교적이지 않았으며 언제나 실천적이었다. 어디서, 왜 우리가 쓰러지고 다쳤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면 수녀님은 그 이유를 알려주셨다. 하지만 설명을 듣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청해야만 했다. 겸손한 마음으로 누가 시키지 않는 한 먼저 가르치려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론 강하고 때론 부드러운 수녀님의 영감 넘치는 인도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았다. 아주 쓰디쓴 진실이라도 수녀님을 통해 들으면 견딜 만했다. 우리 자신의 실패와 옹졸함을 마주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수월했다. 넘어져 쓰러진 곳마다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시려는 수녀님이 계셨다. 그리고 나중에 왜 우리가 잘못된 길을 걸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 섬세한 그분의 지혜는 비록 이번엔 패배했을지라도 ‘다음번’엔 다 잘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고 싸매 주시는 분은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산산이 부서진 자존심과 멍든 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하느님께 영광을 돌렸다. (154쪽)

수녀님과 단독으로 대면하는 기쁜 날이면 우리는 뭔가 특별한 경험을 하리란 걸 알았다. 때는 주로 이른 저녁이었다. 간혹 전화가 걸려 와서 대화가 중단되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방금 들은 소중한 말씀을 꼼꼼히 메모하느라 바빴다. 매번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고, 우리는 침묵을 지킨 채 그 깊은 말뜻을 헤아리려 애썼다. 행여 흐름에 방해가 될까 싶어 숨도 크게 내쉬지 않았다. (163쪽)

“그렇다고 전혀 무계획적으로 살라는 의미는 아니란다. 나름 계획도 세워야 하겠지. 하지만 그것이 실패로 돌아간다고 해서 절망해선 안 돼. 단지 우리의 계획이 하느님의 뜻과 부합하지 않았을 뿐이니까. 또한 우리의 계획이 성공하도록 오늘은 이것을 해야 하고 내일은 저것, 모레는 또 다른 것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먼저 겸손하게 하느님 앞에 그것을 맡겨야 한단다. 그러면 그분께서는 당신의 뜻에 맞게 축복을 주시지. “당신의 뜻이 나의 삶 속에 드러나게 하소서.” 우린 밤낮으로 이렇게 기도해야 해. 영원은 하느님의 영원한 현존이야. 성인들이 그 속에서 살고 계시지. 그래서 교회가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는 거란다. “오늘 주님께서 태어나신다.” “오늘 주님께서 부활하신다.” “오늘 우리의 구원이 이루어진다.”” (208쪽)

“불의에 대해 불평하는 이가 있었어. 왜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해야 하는지, 왜 기준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지, 왜 일부가 거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한지 그는 궁금해했지.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환영을 보았단다. 하늘 높은 곳에 계시는 지극히 선하신 하느님이셨어. 우리 모두의 삶을 수놓는 자수틀을 들고 계셨지. 그는 또한 지상의 우리들도 보았어. 인간들은 자수틀 뒷면에 달린 느슨한 실오라기만 바라보며 하느님의 자수는커녕 그분께서 우리 인생을 수놓고 계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 참으로 멋지지 않니? 바로 그런 거란다. 우리는 나중에 천상에 가서야 우리 삶을 디자인하신 하느님의 솜씨를 보며 감탄하게 될 테지! 지금은 자수의 뒷면만을 보기에 마음이 상하는 거야.” (231쪽)

Q: 즉, 그리스도처럼 사랑하란 말씀이군요.
A:　정확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식이기도 하지. 사랑에 대한 어떤 대가를 바라고서 사랑을 하지 않아. 사랑을 하는 이유는 사랑을 안 하면 자신의 생명, 존재가 사라지기 때문이거든. 사랑을 멈추면 생명이 멈추는 거야. 이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코 하느님의 기쁨을 느낄 수가 없단다. 절대로. 그런 사람들은 오직 자기 자신만 바라봐. 그들은 “내가 그토록 그를 사랑했건만 그는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어. 내가 그토록 희생했는데도 말이야”라며 어리석은 말만 되뇌지! 그들이 행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과는 관련이 없어! 하느님의 사랑은 사랑의 샘에서 흘러나와 상대방에게 향했다가, 다시 본래의 샘으로 돌아가. 사랑을 베푼 후 상대도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기대하고 궁금해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삶의 목표인 하느님과 ‘하나’가 되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니? (234)

“수도사들은 기도하고 금식하지. 즉,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사다리에서 가장 높은 두 층계 위에 서있는 거야. 그 기도는 사막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절반에 달하는 수백만 평의 땅을 개간하는 사랑의 폭탄이 된단다. 《사막의 교부들》을 읽다 보면 그분들의 말씀에서 지혜를 발견하게 될 거야. 그 소박함! 겸손함!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의 말씀은 영원히 남았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 “수도사와 수녀가 하는 게 뭔데? 기도? 그만하라고 하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행동! 실천! 이라고!” 그건 그들이 잘못 아는 거야. 기도의 에너지만큼 큰 에너지는 없거든. 성경은 기도의 강력한 힘을 이야기해. 기도는 힘이기 때문이야.” (316쪽)

“비가 내려 깨끗이 목욕을 한 나무는 새로 돋아난 연둣빛 나뭇가지를 한들거리며 공중에서 수신한 메시지로 저를 반겨주었지요. “당신을 지으시고, 양육하시고, 깨우쳐 주시고, 지금까지 인도해 주신 그분께, 또한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동안 당신을 끊임없이 사랑해 주실 그분께 모든 근심과 걱정을 맡기세요. 제가 저의 가지들을 다루듯, 당신 자신을 내려놓고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게 가만두세요. 다만 이것은 꼭 기억하세요. 저처럼 당신도 하나의 뿌리, 그리스도라는 뿌리에 붙어있다는 사실 말이에요. 그분은 빛, 진리, 사랑이시랍니다.”” (4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