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농업박물관장으로 재직하면서 평소 관심을 지니고 있던,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농업 이야기를 정리한 일종의 농업박물지이다. 저자는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서, 농민도 줄고,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농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박물관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물수집, 전시, 관람객 관련 이야기와 농기구, 농산물 이야기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국내 다양한 박물관들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며 분류한 얘기도 관심을 끈다. 어딘가에 숨겨 있거나 흩어져 있는 농업을 새롭게 기록하거나, 해산물과 휴양지로만 인식돼온 섬을 농사의 섬으로 재조명한 것도 유익하고 이채롭다. 박물관과 농업이라는 다소 흥미 없는 주제를 유익하고 재미있게 다루려고 노력하였으며, 농업도 흥미 있는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 : 김재균 金在均 경북 상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사일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하여 10년간 홍보실에서 근무하다가 2005년 농업박물관장에 보임된 후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후 경북대학교 대학원 고고인류학과에서 ‘박물관 관람객의 행위 의미와 전략적 대응연구’로 석사학위를,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물관교육학과에서 ‘농업가치 확산을 위한 박물관교육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농협중앙회장 표창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을 각각 수상하였으며, 2009년 박물관 발전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2018년 제21회 전국박물관인대회에서 박물관인 최고의 영예인 ‘자랑스런 박물관인상’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한국박물관협회와 한국사립박물관협회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34년간의 농협생활 자료를 모아 ‘뒤웅박’을 출간하였다. 평소 ‘농업박물관이 잘 돼야 농업이 살고, 농업이 잘 돼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농경문화의 가치와 농업의 소중함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1장 유물이 있는 곳이라면 쟁기와 세한도 ㆍ 15 / 아찔한 귤나무 수송 ㆍ 21 / 만리재 ㆍ 26 발동기와 보리밭 ㆍ 30 / 오래된 구유 ㆍ 34 / 외양간 사람들 ㆍ 38 기차화통 할아버지 ㆍ 43 2장 전시로 말하다 무엇에 쓰던 물건인고 ㆍ 51 / 농기구, 보물이 되다 ㆍ 55 더불어 잘살게 하는 힘, 협동 ㆍ 59 / 지혜 담긴 이야기, 속담 ㆍ 64 농기구 품은 유행가 ㆍ 68 3장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 어서 와, 개고기는 처음이지 ㆍ 75 / 돌도끼 기증사건 ㆍ 79 맷돌이 왜 거기서 나와 ㆍ 83 / 노란 봉투 ㆍ 87 금고출金庫出이면 예금출預金出 ㆍ 91 /박물관도 야근하냐 ㆍ 95 남편을 기증해도 되나요 ㆍ 100 / 캐는 호미, 베는 호미 ㆍ 104 4장 알쓸농잡 알고보면 쓸만한 농업 잡학사전 서울의 농사 흔적들 ㆍ 111 / 농기구 지명들 ㆍ 116 / 조선의 온실 ㆍ 124 망종芒種 넘은 보리 ㆍ 128 / 소牛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ㆍ 131 알고 먹자, 소고기 ㆍ 145 5장 별난 관람객들 총장과 청장 ㆍ 153 / 당장 제사상을 바꾸시오 ㆍ 156 기억에 남는 관람객들 ㆍ 159 / 농민 관람 5경景 ㆍ 162 허수아비 도난사건 ㆍ 166 / 슬기로운 박물관 관람을 위하여 ㆍ 170 6장 박물관 이야기 농업박물관 ㆍ 177 / 쌀박물관에서 싸라기박물관으로 ㆍ 182 농산물박물관 ㆍ 186 / 동물박물관 ㆍ 192 / 재미있는 박물관 이야기 ㆍ 197 7장 우리 농산물 이야기 밭에서 나는 고기, 콩 ㆍ 207 / 대학나무, 감귤나무 ㆍ 214 식탁 위의 감초, 마늘 ㆍ 220 / 보리 없는 보릿고개 ㆍ 225 감, 홍시, 곶감 ㆍ 232 / 벼는 쌀이 되고, 쌀은 밥이 된다 ㆍ 239 원더풀! 미나리 ㆍ 248 8장 농기구 이야기 농가의 맥가이버, 호미 ㆍ 257 / 따비를 아십니까 ㆍ 263 살포, 농기구인가 지팡이인가 ㆍ 268 / 개상 ㆍ 274 / 고무래 ㆍ 277 9장 농사짓는 섬 이야기 농업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섬 ㆍ 283 / 태극기의 섬, 소안도 ㆍ 290 구들장논, 청산도 ㆍ 295 / 백색고구마, 백령도 ㆍ 300 시금치산업특구, 비금 · 도초도 ㆍ 305 / 쑥섬, 조도 ㆍ 310 고구마와 감귤, 욕지도 ㆍ 314

평소 알고 지내던 분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멋진 쟁기가 있는 곳을 알려 줄 터니 수집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근데 그게 쉽진 않을 거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본능적으로 가슴이 뛴다. 망설일 것도 없이 다음날 바로 현장으로 갔다. 헤매고 헤맨 끝에 겨우 집을 찾을 수 있었다.- 15쪽

생김새와 쓰임새가 특이한 물건들만 모아 전시를 한 적이 있었다. 이름하여 ‘이색농기구 특별전’. 기상천외한 발상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든 물건들만 뽑았다. 선조들의 지혜와 재치에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들만한 것들이다. - 51쪽

대중가요 중 농기구가 등장하는 노래는 얼마나 될까. 노래 가사 검색시스템을 돌려 보면 쟁기부터 호미, 삼태기, 지게와 같은 농사 도구와 물레방아, 망태기, 바구니와 같은 농촌 생활에 쓰이는 물건들이 등장하는 노래들이 많다. - 68쪽

금고 기증을 결정하고 소장이 어느 모임에 갔는데 거기서 누군가 ‘금고가 나가면 돈이 빠져나간다더라’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고 기증철회를 결심했다는 것이었다. 돈통이 빠져나가면 돈도 빠져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금고출金庫出이면 예금출預金出이라’ -93쪽

우리나라 박물관의 효시는 1909년 문을 연 제실박물관이다. 그해 11월 1일 황실에서 비장秘藏해 온 문화재를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한 것이 박물관의 출발이다. 그 당시 제실박물관은 창경궁 안에 있었는데, 따로 건물을 짓지 않고 기존의 환경전, 명정전, 양화당을 비롯하여 부속 전각 7개 동을 개조하여 전시실로 꾸몄다. 영춘헌과 집복헌은 사무실로 사용하였다. - 197쪽

마늘은 순우리말이다. 한자로는 ‘산蒜’으로 쓴다. 한글 ‘마늘’은 1459년 편찬된 〈월인석보〉에 처음 등장하는데, ‘마?? 쬐니 벌에 죽고마늘을 쬐니 벌레가 죽고’라 하여 마늘을 ‘마?’로 표기하였다. 이후 〈훈몽자회〉, 〈동국신속삼강행실도〉,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등에 마늘 표현이 있다. - 220쪽

고무래는 자루와 날로 이루어져 있다. 자루는 가공하지 않은 자연목을 대충 다듬어 끼우는데, 쉽게 구할 수 있고 가벼운 소나무를 주로 사용했다. 재질이 강하고 습기에도 잘 견디는 물푸레나무를 사용하기도 했다. - 278쪽

다리 건설로 섬 나들이가 편리해졌지만 섬 다움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아름다운 바다와 농촌, 산 등이 골고루 있어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보물 같은 섬 비금도, 도초도. 영원한 섬으로 남아주기를 기도한다. -309쪽

이 책은 총 9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유물수집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정리한 것으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담았다. 유물수집 과정을 기록한 자료가 드문 상황에서 이 글은 일반인들이 잘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100년 된 쟁기를 수집하는 과정을 소개한 ‘쟁기와 세한도’는 저자의 집념과 끈기를 보여주는 유물수집의 압권이다. 2장은 박물관이 관람객을 위해 고민하는 전시주제를 이야기로 엮었다. 모양과 이름, 쓰임새가 독특한 농기구들만 모아 전시한 ‘이색농기구전’, 농기구를 보물로 지정해 농업유물의 격을 높인 ‘농기구 보물전’, 노래와 속담에 있는 농기구를 찾아 소개한 전시 등 농기구를 활용한 각종 전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3장은 박물관 업무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모음이다. 농기구가 있다는 현장을 갔지만, 수집 관련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난생처음 개고기를 먹게 된 사연, 남편을 기증하고 싶다는 어느 관람객의 하소연 등 조금은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4장은 서울에 산재해 있는 농사 흔적을 찾아 정리했으며, 농기구로 이름 지은 산과 땅을 찾아 기록하였다. 5장은 별난 관람객들의 별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6장은 전국의 농업과 동물 관련 박물관을 소개하고, 쌀박물관이 싸라기박물관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쌀의 도정과정에 비유하여 재미있게 풀었다. 7장은 우리 농산물을 역사와 효능, 식품 등으로 구분하여 유익한 정보를 수록하였으며, 8장은 지금은 쓸 일도 없고 볼일도 없는 농기구 5종의 역사와 용도 등을 소개하고 있다. 9장은 전국의 농사짓는 섬을 찾아서 그곳의 농사를 소개하고 있다. 발품 팔아 기록한 것이라 현장감 있고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한 광경들도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