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오교원 시인의 <한 잎의 여자> 1연. 사랑에 관한 시 모음집. 1920년대의 김소월 시인에서부터 최근의 문태준 시인에 이르기까지, 사랑에 대한 다채로운 결과 무늬를 엿볼 수 있도록 69편의 시를 수록하였다. 69편의 시를 엮은 정끝별 시인은 '문학사상'에 <칼레의 바다> 외 6편의 시가 당선되고,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서늘한 패러디스트의 절망과 모색>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정끝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학위를 받았다. 1988년 『문학사상』 신인 발굴에 ‘칼레의 바다’ 외 6편의 시가 당선되었고,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서늘한 패러디스트의 절망과 모색’이 당선되었다. 현재 열린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시 쓰는 일과 평론 활동을 겸하고 있다.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평론집『패러디 시학』, 『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 『오룩의 노래』, 산문집 『여운』, 시선 평론집 『행복』, 『시가 말을 걸어요』 등을 펴냈다.

1. 사랑은 나의 권력, 권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2.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3. 한 숨결이 다른 숨결로 이어지는 길 4.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메었으나 5.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로 가고 있다

우리 삶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힘과 소리없는 메시지 속에 잠겨 있다. 개인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행복이란, 무소부재하는 이 은밀한 사랑의 힘과 메시지를 어느 정도 해독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그러기에 모든 재난과 불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이며, 사랑이야말로 지구상에서 축복받은 자가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에 가장 근접해 있는 그 무엇이 아니겠는가. 현재의 우리와 미래의 우리는,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사랑은 우리 삶의 권력이기에...

내 사랑 내 귀에 속삭였네
“사랑은 나의 권력”
나는 내 사랑의 귀에 속삭이네
“내 권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내 권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사랑이여
우리의 권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정현종, ‘사랑은 나의 권력 - 페테르부르크 시편 2’ 중에서 -

‘사랑, 그 한없는 기다림으로’, p. 155

‘사랑의 글모음’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시인이자 평론가인 정끝별씨가 평소에 아끼던 사랑에 관한 한국시 69편을 모았다. 20년대 김소월부터 최근의 문태준까지 시인들의 빛나는 언어로 형상화된 사랑의 다채로운 정의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엮은이는 여기 실린 시들을 읽으며 사랑을 배우고 익혔으며 또한 여전히 사랑을 꿈꾼다고 고백하고 있다. “철길이 철길인 것은/만날 수 없음이/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사랑은 나의 권력/내 권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난, 너의 가장 뛰어난 감식가야/그게 사랑이지” 같은 구절들은 엮은이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사랑의 교과서 혹은 자습서의 역할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 맨 마지막에는 이 시들을 실마리 삼아 풀어나간 엮은이의 사랑론(‘사랑, 그 한없는 기다림으로’)도 수록되어 있다. ①사랑의 정의(+ ⑥‘위로’와 ‘권력’으로서의 사랑), ②매혹과 갈망, ③ 소유와 접촉, ④불안과 균열 ⑤부재와 영원으로 나뉘어 있는 이 글은 다섯 마당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구성과 상동을 이루고 있다. 이 시선집은 ‘사랑’이라는 특정한 주제에 대한 시들을 모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선집과 차별되며, 한국시사의 일정 영역에 대한 자료집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