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로마, 베네치아 같은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 브루넬레스키, 브라만테,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 거장들의 건축물을 만나는 최고의 입문서 전문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르네상스 건축 입문서 흔히 ‘르네상스’라고 하면 우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같은 전성기 르네상스를 빛낸 이른바 ‘천재’ 예술가들의 이름, 그리고 〈모나리자〉, 〈다비드 상〉, 〈아테네 학당〉 같은 그들의 회화 조각 작품을 떠올린다. 하지만 조형 예술에서 ‘르네상스’는 비단 회화와 조각 작품만이 아니라 ‘문화적 상징이자 예술 작품’인 건축의 성과를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역사적 문명이 흔히 현존하는 건축의 성과로 인식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르네상스 건축의 위상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르네상스 건축’이라고 하면 르네상스의 회화와 조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듯하다. 피터 머레이의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은 르네상스의 토양이 되었던 중세 말기 토스카나의 로마네스크와 고딕 교회로부터 17세기 초에 마니에리스모 양식으로 지어진 빌라까지 르네상스 건축의 종교 건축물과 세속 건축물을 아우르는 입문서다. 그간 르네상스 예술을 다루는 개설서와 대중서에서 건축의 비중이 회화와 조각에 비해 적은 경우가 많았기에 이 책의 출간은 르네상스 건축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르네상스 미술과 건축에 관해 여러 저서를 남긴 저자의 르네상스 건축물과 건축가들에 관한 상세한 해설은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이다. 피렌체,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는 물론 만토바, 비첸차 같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소도시까지, 이 책에서 다뤄지는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의 위치를 구글 지도로 찾아가면서 팬데믹 시대에 ‘랜선 이탈리아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선사하는 또 다른 선물이다.

저자 : 피터 머레이 런던 대학교 미술사학과의 명예 교수였다. 코톨드 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으며, 1967년까지 이곳에서 강의했다. 이후 독일 출신 미술사학자이며 런던 대학교 버크벡 컬리지 미술사학과의 초대 교수였던 니콜라우스 페브스너 경의 뒤를 이어 이 학과 교수가 되었다. 건축사와 관련된 광범위한 저술을 남겼으며, 저서로 『르네상스 건축(Renaissance Architecture)』(1972), 『영국 건축사(A History of English Architecture)』(공저, 1962, 1965), 아내 린다 머레이와 함께 집필한 『르네상스 미술(The Art of the Renaissance)』(1963, 시공아트058) 등이 있다. 역자 : 엄미정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회학을, 동대학원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출판사에서 인문 예술 분야 책을 만들었고 현재 저자, 번역가이자 편집자로 예술과 지식의 숲에서 그림과 글자 사이를 오가며 일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에 다가가는 그림 여행을 바탕으로 『후회 없이 그림 여행』을 썼고, 『모던아트-인상주의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의 역사』, 『그림을 본다는 것』, 『판도라의 도서관-여성과 책의 문화사』, 『클림트』(작가의 아틀리에 2),『살바도르 달리』(시공아트62), 『조지아 오키프』(시공아트65), 『어린이 아트 스쿨』(시공주니어 아트 8)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서문 | 007 1장 토스카나 지방의 로마네스크와 고딕 건축 새로 등장한 여러 수도회ㆍ프랑스 고딕 양식의 전파ㆍ고전 미술의 지속ㆍ아시시ㆍ시토회 수도원 교회ㆍ피렌체의 고딕 교회 2장 브루넬레스키 피렌체 대성당의 돔ㆍ브루넬레스키의 해법ㆍ오스페달레 델리 인노첸티ㆍ산 로렌초 교회ㆍ파치 경당ㆍ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교회ㆍ산토 스피리토 교회 3장 알베르티 알베르티와 인문주의ㆍ비트루비우스ㆍ리미니ㆍ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교회ㆍ만토바 산 세바스티아노 교회, 산탄드레아 교회 4장 피렌체와 베네치아, 그 외 지역의 팔라초 디자인 피렌체 사회와 길드ㆍ바르젤로ㆍ팔라초 다반차티ㆍ팔라초 메디치ㆍ팔라초 루첼라이와 팔라초 피티ㆍ피엔차ㆍ로마: 팔라초 베네치아와 팔라초 칸첼레리아ㆍ우르비노: 팔라초 두칼레ㆍ베네치아: 베네치아의 전형적인 팔라초 디자인ㆍ롬바르디아 가문, 코두시, 산 미켈레 인 이솔라 교회, 산 살바토레 교회ㆍ줄리아노 다 상갈로, 프라토의 산타 마리아 델레 카르체리 교회 5장 밀라노: 필라레테, 레오나르도, 브라만테 미켈로초가 밀라노에 지은 건축물ㆍ필라레테와 그의 논문ㆍ레오나르도 다 빈치, 중앙집중형 교회 디자인ㆍ브라만테가 밀라노에 지은 건축물 6장 로마에서의 브라만테: 성 베드로 대성당 율리오 2세ㆍ산타 마리아 델라 파체 교회ㆍ템피에토ㆍ순교자 기념 교회와 바실리카ㆍ라파엘로의 집ㆍ새로운 성 베드로 대성당ㆍ이후 고친 평면도 7장 라파엘로와 줄리오 로마노 브라만테의 제자 라파엘로ㆍ라파엘로가 로마에 지은 건축물ㆍ마니에리스모ㆍ피렌체의 팔라초 판돌피니ㆍ로마의 빌라 마다마ㆍ줄리오 로마노가 만토바에 지은 건축물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책 피렌체의 초기 르네상스, 로마의 전성기 르네상스, 이후 풍부하고 보다 극적인 마니에리스모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 스타일의 역사를 관통하다! 원래 르네상스는 재생, 부활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리나시타(Rinascita)’에서 유래했으며, (알프스 이북의 야만적인) 고딕 양식을 극복하면서 고대 미술을 따르는 새로운 미술 경향을 가리켰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 피터 머레이는 르네상스 건축이 “고대 건축가들의 발상과 관행을 의도적으로 되살린 것”이며, 이때 ‘고대’란 ‘로마 시대’를 가리킨다고 정의한다. 고대 그리스 건축은 18세기까지 서유럽에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고대 건축가들의 발상과 관행이란, 원주의 반지름(또는 지름)을 모듈로 삼아 원주와 엔타블러처의 높이, 나아가 건축 전체의 높이와 길이, 너비가 정해지며, 이렇게 모듈과 관계되는 건축의 모든 부분에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것을 가리킨다. 저자는 르네상스 건축이 이런 고대 건축의 기본 원리를 지키면서도, 건축물마다 서로 다른 목표, 배경, 건축 기술이 적용되었으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었다고 파악한다. 저자는 이러한 르네상스 건축의 다양한 양상을 건축가별, 지역별로 일별한다. 피렌체 대성당에 지름이 약 43미터인 어마어마한 돔을 올려 완성했던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르네상스 건축의 문을 연 건축가로 평가된다. 저자는 르네상스 최초의 건축으로 꼽히는 오스페달레 델리 인노첸티를 비롯해 파치 경당, 산토 스피리토 교회 등 피렌체에 있는 브루넬레스키의 건축물들이 어떻게 고전 건축 원리를 구현했는지 상세히 소개한다. 또한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는 고대로부터 전해온 비트루비우스의 저술을 길잡이 삼아 고전 시대부터 이용해 온 다섯 가지 오더(고전 건축에서 지붕과 기둥을 기본으로 한 양식)의 쓰임새에 처음으로 일관성 있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수학 체계에 바탕을 둔 조화로운 비례가 건축의 아름다움과 장식의 원천이라고 봤다. 이 책은 알베르티의 이론을 구현했던 건축물로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교회 파사드, 만토바의 산 세바스티아노 교회와 산탄드레아 교회를 소개한다. 역시 피렌체에서 14세기 말과 15세기 초에 성립한 팔라초는 지상층을 상점이나 창고로 이용하고 그 위를 살림집으로 쓰는 고대의 주택 인술라를 계승한 구조로, 이후 이탈리아 여러 지역에서 모방, 변경되며 이어져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팔라초 메디치와 팔라초 루첼라이를 비롯한 피렌체의 여러 팔라초와, 로마, 우르비노, 베네치아의 여러 팔라초의 예를 들어 각각 고전 건축의 요소가 어떻게 적용되었으며 사회적, 경제적, 기후 요인에 따라 지역마다 다른 유형으로 전개되었음을 설명한다. 이후 저자는 15세기 말 밀라노에서 활동할 당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남긴 중앙집중형 건축 드로잉이 역시 밀라노에 머물렀던 브라만테를 통해 르네상스 전성기인 16세기 건축 사상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음을 지적한다. 브라만테가 밀라노에서 로마로 이주한 후 세상을 떠나기 전 14년 동안 로마에 지었던 중앙집중형 교회 템피에토, 그리고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 등은 전성기 르네상스 건축으로 간주된다. 브라만테의 설계 초안대로 완성되지 못했던 성 베드로 대성당은 결국 미켈란젤로의 변경된 설계안으로 거의 지어졌다(현재의 성 베드로 대성당은 17세기 초에 카를로 마데르노에 의해 개축된 것이다). 하지만 브라만테가 완성했던 전성기 르네상스의 조화와 균형이 완벽한 정적인 스타일은 라파엘로, 줄리오 로마노로 계승되면서 마니에리스모의 풍부하고 보다 극적인 양식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고전 건축의 어휘를 새롭게 조합하는 실험을 통해 전개된 마니에리스모 양식의 걸작은 줄리오 로마노가 만토바에 지었던 근교형 빌라 팔라초 델 테로 꼽힌다. 이처럼16세기 이탈리아 건축에서는 고대의 로마인들이 전원에 지었던 빌라를 계승해 빌라 건축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한편 피렌체 산 로렌초 교회의 메디치 경당과 라우렌치아나 도서관,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은 물론 캄피돌리오 언덕의 팔라초 두 곳 등에서는 마니에리스모 건축의 창안자이며 대가로 꼽히는 미켈란젤로가 고전 건축의 기본 원리를 위반하고 재구성하는 창의성에 감탄하게 된다. 또한 저자는 16세기 후반 로마에 지었던 비뇰라와 자코모 델라 포르타의 일 제수 교회를 비롯한 마니에리스모 교회 건축도 소개한다. 이후 저자는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네치아 등지에서 활동했던 산미켈리, 산소비노, 팔라디오의 건축을 다룬다. 이들 중 특히 팔라디오는 16세기 후반에 가장 걸출한 건축가로서 베네치아의 산 조르조 마조레 교회, 레덴토레 교회를 비롯해 비첸차와 근교에 여러 팔라초와 빌라는 물론 올림피코 극장을 지었다. 그의 건축물은 『건축사서』라는 저술과 함께 영국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에 관한 완벽한 입문서”라는 르네상스 미술사가 리처드 스테이플포드의 평처럼 저자는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건축가별, 지역별로 교회 건축, 팔라초와 빌라, 공공 건축을 망라했고, 초기부터 전성기를 거쳐 마니에리스모에 이르기까지 스타일의 전개를 간명하면서도 광범위하게 다루었다. 특히 202점의 풍부한 도판과 상세하고도 친절한 참고문헌과 용어 해설을 제공해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의 초심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